창세기 14장 강해설교
의의 왕, 평강의 왕을 만난 아브람
창세기 14장은 고대 근동의 전쟁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구속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입니다. 롯을 구출하기 위한 아브람의 전쟁과, 그 전쟁 후 멜기세덱과의 만남은 하나님의 구속 역사와 연결되는 중요한 신학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싸움과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도 하나님의 언약 백성을 지키시고, 그를 통해 하나님의 왕국을 예표하시는 놀라운 섭리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멜기세덱과의 만남은 예수 그리스도의 왕 되심과 제사장 되심을 조명하는 결정적인 장면입니다.
롯의 포로됨과 아브람의 구출 전쟁
창세기 14장 전반부는 시날 왕 아므라벨을 중심으로 한 네 왕과 소돔 왕 베라를 포함한 다섯 왕의 연합 간 전쟁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 사건은 당시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가나안 지역 간의 세력 다툼을 배경으로 합니다. 롯은 소돔에 거주하고 있었기에(13:12), 전쟁에 휘말려 포로가 됩니다. "그들이 소돔과 고모라의 모든 재물과 양식을 빼앗아 가고 롯과 그의 재물도 사로잡아 갔더라"(14:11-12).
롯은 이미 13장에서 자신의 이익을 따라 소돔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그를 점점 더 깊은 위험으로 몰아넣습니다. 여기서 롯은 죄악의 땅에서 단순한 거주자가 아니라, 그 안에 정착한 자로 묘사됩니다. 이는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영적 타락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입니다.
이에 아브람은 조카 롯을 구출하기 위해 집에서 길리고 훈련된 자 318명을 이끌고 단까지 가서 야간 기습을 감행합니다(14:14-15). 여기서 "훈련된 자"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하니크(חָנִיךְ)"인데, 이는 군사적으로 훈련되었을 뿐 아니라, 충성된 사람이라는 의미도 내포합니다. 아브람은 단지 목축하는 족장에 그치지 않고,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정의를 실행하는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아브람의 이 전쟁은 단순한 가족 구출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세상의 죄악 속에서 어떻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아브람은 전쟁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기보다는, 구속의 도구로 사용됨으로써 하나님의 의를 드러냅니다. 이는 훗날 다윗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될 구속의 싸움을 예표하는 사건입니다.
멜기세덱과의 만남: 왕이자 제사장
전쟁 후, 아브람은 돌아오는 길에 살렘 왕 멜기세덱을 만나게 됩니다. 멜기세덱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요, 동시에 "살렘 왕"으로 소개됩니다(14:18). 살렘은 평강을 의미하며, 이는 훗날 예루살렘의 기원이 됩니다. 멜기세덱이라는 이름은 히브리어로 "멜레크(מֶלֶךְ) + 체덱(צֶדֶק)", 곧 "의의 왕"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 인물은 구약 전체에서 매우 신비롭게 등장하며, 시편 110편과 히브리서 5~7장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형으로 해석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아론의 계통이 아닌,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라 영원한 제사장이 되십니다(히 7:17). 멜기세덱은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아브람에게 나아오며 축복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환영의 의미를 넘어, 예수께서 제정하신 성찬을 예표하는 장면으로도 해석됩니다.
멜기세덱은 아브람에게 "천지의 주재시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복을 주시기를 원하며... 너의 대적을 네 손에 붙이신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찬송하라"(14:19-20)고 선언합니다. 이는 아브람의 승리가 하나님께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분명히 하는 신앙 고백입니다.
아브람은 이에 응답하여 "그 얻은 것에서 십분의 일을 멜기세덱에게 주었다"(14:20). 십일조(히브리어: 마아세르 מַעֲשֵׂר)는 하나님의 소유 되심에 대한 고백이며, 구약 율법 이전에 이미 믿음의 사람 아브람이 자발적으로 드린 헌신의 표현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모든 소유와 승리의 주인임을 인정하는 신앙의 표현이며, 멜기세덱을 통한 하나님께의 경배이기도 합니다.
이 장면은 예수 그리스도께 속한 신자들이 세상의 성공과 전리품 앞에서도 오직 하나님의 통치를 인정하며, 영적 권위 앞에 엎드리는 태도를 교훈합니다.
소돔 왕의 제안과 아브람의 신앙적 절제
멜기세덱 이후 등장하는 소돔 왕은 아브람에게 다른 제안을 합니다. "사람은 내게 보내고 물품은 네가 가지라"(14:21). 이는 당시 전쟁 전리품 분배 관습에 따른 제안입니다. 그러나 아브람은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네 말이 내가 아브람으로 치부하게 하였다 할까 하여... 실 한 가닥이나 들끈 한 조각도 가지지 아니하리라"(14:23).
이 장면은 아브람의 신앙적 분별력과 정체성을 잘 드러냅니다. 그는 자신의 부와 명예가 세상에서 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것임을 분명히 합니다. 소돔 왕의 제안을 수락하는 것은 단순한 재산 문제가 아니라, 세상 가치에 타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었기에 아브람은 이를 거절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브람이 어떤 왕에게 무릎을 꿇었는지를 보게 됩니다. 그는 의와 평강의 왕 멜기세덱에게는 십일조를 드렸지만, 세속 권세자인 소돔 왕에게는 그 어떤 것도 받지 않았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신 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한다"(마 6:24)는 원리를 잘 보여줍니다.
아브람의 절제와 분별은 구속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모형입니다. 구속의 길은 항상 유혹과의 전쟁이며, 하나님의 사람은 세상의 이익보다 하나님의 약속을 더욱 귀하게 여기는 삶을 살아야 함을 보여줍니다.
마무리
창세기 14장은 단순한 전쟁 이야기나 정치적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가 어떻게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아브람은 롯을 구출하면서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고, 멜기세덱을 만나 예수 그리스도의 모형을 경험합니다. 그는 세상 왕의 유혹 앞에서도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며, 자신의 신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모든 승리와 소유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음을 고백하며, 오직 의와 평강의 왕, 예수 그리스도께 경배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세오경 > 창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세기 18장 강해설교 (0) | 2025.04.08 |
---|---|
창세기 17장 강해설교 (0) | 2025.04.08 |
창세기 16장 강해설교 (0) | 2025.04.08 |
창세기 15장 강해설교 (0) | 2025.04.08 |
창세기 13장 강해설교 (0) | 2025.04.07 |
창세기 12장 강해설교 (0) | 2025.04.07 |
창세기 11장 강해설교 (0) | 2025.04.07 |
창세기 10장 강해설교 (0) | 2025.04.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