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3장 강해설교
분리 속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약속
창세기 13장은 애굽에서 돌아온 아브람이 조카 롯과 갈라서게 되는 과정을 다룹니다. 이 과정 속에서 아브람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믿음으로 양보하며, 하나님은 그에게 다시 약속의 땅을 확증하십니다. 인간적인 갈등과 분리의 장면이지만, 하나님은 이 안에서도 구속사의 흐름을 이끌어가십니다. 본문은 선택의 갈등, 믿음의 양보, 그리고 하나님의 확증이라는 세 가지 큰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본문을 통해 보이지 않지만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길 원합니다.
아브람의 회복과 예배의 자리로 돌아감
아브람은 애굽에서의 실수 이후 다시 남방에서 벧엘까지 올라옵니다. "그가 남방에서부터 벧엘에 이르기까지 길을 진행하였더라"(13:3). 이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회복의 길입니다. 벧엘은 이전에 그가 제단을 쌓았던 장소로, 하나님과의 언약을 기억하는 자리입니다.
"그가 처음으로 단을 쌓은 곳, 곧 벧엘과 아이 사이에 이르러 거기서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13:4)에서 "이름을 부르다"라는 표현은 히브리어로 "카라 쉠(קָרָא שֵׁם)"이며, 이는 단순히 외치는 것을 넘어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교제를 의미합니다. 아브람은 실패 이후에도 하나님 앞에 다시 서며, 언약 관계를 회복합니다.
이 장면은 구속사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아브람은 완전한 인물이 아니지만, 회개와 예배를 통해 다시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선다는 점에서 구속사적 순례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패 이후에도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버리지 않으시고, 다시 불러 회복의 길로 이끄십니다.
갈등 속에서 드러나는 믿음의 선택
아브람과 롯의 재산이 많아짐에 따라 그들의 목자들 사이에 다툼이 발생합니다. "그 땅이 그들이 동거하기에 넉넉하지 못하였으니 이는 그들의 소유가 많아서 동거할 수 없었음이더라"(13:6). 물질의 풍요는 축복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여기서 히브리어 "넉넉하지 못하다(לֹא נָשָׂא)"는 표현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외적 축복이 반드시 평안을 보장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이때 아브람은 조카 롯에게 양보의 제안을 합니다.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13:9). 이 선택의 장면은 단순한 도량의 문제를 넘어, 믿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와 육신의 눈으로 판단하는 자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롯은 "요단 온 들을 바라보니 소알까지 온 땅에 물이 넉넉하니"(13:10)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바라보니"라는 히브리어 "사아(שָׂא)"는 단순한 시각적 관찰이 아니라 욕망의 대상에 대한 탐욕스러운 시선을 나타냅니다. 롯은 눈에 보이는 풍요함, 곧 에덴 동산 같고 애굽과도 같은 땅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그곳은 소돔과 고모라의 땅이었고, 성경은 이들 도시에 대해 "여호와 앞에 악하며 큰 죄인이었더라"(13:13)라고 분명히 밝힙니다.
롯의 선택은 외형적 성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 아브람은 약속의 땅이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인도를 신뢰하며 먼저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의 양보는 믿음의 행동이며, 하나님께 자신의 미래를 맡기는 자세였습니다. 구속사적 관점에서 이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자의 길이며, 장차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자기를 낮추어 십자가를 지신 모형으로 연결됩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언약의 재확인
아브람이 롯과 갈라선 후, 하나님은 다시 아브람에게 나타나셔서 언약을 재확인하십니다. "너는 눈을 들어 너 있는 곳에서 동서남북을 바라보라"(13:14). 여기서 "눈을 들어 바라보라"는 히브리어 "사 나 에인(שָׂא נָא עֵינֶיךָ)"는 하나님의 명령형으로, 믿음의 눈으로 하나님의 약속을 바라보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앞서 롯이 자신의 욕망을 따라 바라본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룹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네가 보는 이 모든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영원히 이르리라"(13:15)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영원히"라는 말은 히브리어 "올람(עוֹלָם)"으로, 단지 장기적인 기간을 넘어 하나님의 언약의 영속성을 나타냅니다. 이는 단순한 지리적 축복이 아니라, 구속사의 중심인 메시아의 오심과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예고하는 언약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아브람의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을 것이라 하십니다(13:16). 이는 양적 번성과 더불어 질적인 축복, 곧 믿음의 후손이 전 세계에 퍼질 것을 의미합니다. 갈라디아서 3:29은 "너희가 그리스도의 것이면 곧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말합니다. 즉, 아브람의 언약은 육적인 혈통을 넘어서,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백성이 된 모든 자에게 확장되는 구속사의 실체입니다.
아브람은 이에 응답하여 다시 제단을 쌓습니다. "이에 아브람이 장막을 옮겨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 상수리 수풀에 이르러 거주하며 거기서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을 쌓았더라"(13:18). 이 마지막 장면은 아브람이 갈등 후에도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예배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헤브론은 이후에도 아브라함과 다윗의 중요한 거주지로 이어지며, 하나님과의 동행을 상징하는 장소가 됩니다.
마무리
창세기 13장은 인간적인 갈등과 분리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중심에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언약과 구속사의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아브람은 믿음으로 양보하며 자신의 미래를 하나님께 맡깁니다. 반면 롯은 눈에 보이는 풍요를 따라가지만, 결과적으로 죄악의 도시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다시 약속을 확증하시고, 예배와 믿음의 길을 걷도록 인도하십니다. 우리는 이 장을 통해, 눈앞의 이익보다 하나님의 약속을 붙드는 믿음의 결단이야말로 진정한 복임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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