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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1장 강해설교

그일라 2025.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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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교만과 하나님의 개입

창세기 11장은 바벨탑 사건과 셈의 족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류가 하나의 언어로 뭉쳐 하늘에 닿는 탑을 쌓으려는 시도는 인간의 교만과 자율성 추구를 드러냅니다. 이에 하나님은 언어를 혼잡하게 하심으로 인간의 계획을 흩으시고, 구속사의 흐름을 방해하는 인간의 자기중심성을 제어하십니다. 이후 셈의 계보를 통해 하나님의 언약의 통로가 아브라함에게로 이어지는 준비가 진행되며,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가 구속사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바벨탑: 인간의 교만과 하나님의 심판

창세기 11장 1절은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로 시작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축복이자 기회였습니다. 언어의 통일은 공동체적 협력을 가능하게 하며,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분의 뜻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하지만 인류는 이 선물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의 이름을 내기 위한 도구로 삼습니다.

"또 말하되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11:4)라는 말씀은 인간의 자율성과 명예욕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우리 이름을 내고"라는 히브리어 표현 "나아세 란뉴 셈(נַעֲשֶׂה־לָּנוּ שֵׁם)"은 단순한 명성을 넘어 신적인 권위에 도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들의 힘으로 하나님의 영역에 도달하려는 야망을 드러냅니다.

이 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었습니다. 바벨(Babel)은 "혼잡"이라는 뜻 외에도 바빌로니아의 신전 건축 전통인 "지구라트(ziggurat)"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는 신과의 교류를 위해 세워졌지만, 창세기 11장의 바벨탑은 인간이 스스로 하늘에 도달하려는 교만의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인간의 시도는 결국 하나님의 직접적인 개입을 불러오게 되고, 하나님은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셔서 계획을 좌절시키십니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11:7)라는 표현에서 "내려가서"라는 말은 하나님의 겸손과 동시에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강한 대비를 형성합니다. 인간은 하늘에 오르려 하고, 하나님은 낮은 곳으로 내려오십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시도를 철저히 아시고, 주권적으로 역사에 개입하심을 나타냅니다.

하나님은 단지 인간의 탑을 무너뜨리신 것이 아니라, 민족과 언어의 다양성을 통해 구속사의 새로운 국면을 여셨습니다. 인간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는 창세기 10장에서 언급된 민족 분포의 역사적 배경이 됩니다. 언어와 문화의 분열은 심판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복음이 열방으로 퍼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셈의 족보: 구속사 계보의 중심

11장 후반부(10-32절)는 셈의 후손에 대한 족보가 이어집니다. 이 족보는 단순한 인물 나열이 아니라, 아브라함을 중심으로 한 언약 계보의 연결 고리입니다. 이 계보는 창세기 5장의 아담-셋 계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며, 세대별로 자녀를 낳은 나이와 생존 연수를 기록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신실하신 언약이 세대를 거쳐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주목할 인물은 아르박삿의 후손 벨렉과 르우, 스룩, 나홀, 데라입니다. 이 계보의 끝자락에 아브람(아브라함)이 등장하는데, 이는 곧 하나님의 구속 계획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준비가 되었음을 뜻합니다.

"데라는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을 낳았으며 하란은 롯을 낳았더라"(11:26)는 구절은 이후 펼쳐질 족장 시대의 배경을 형성합니다. 아브라함의 이름은 히브리어로 아브람(אַבְרָם)이며, "높은 아버지"라는 뜻입니다. 훗날 하나님은 그의 이름을 아브라함(אַבְרָהָם), "많은 무리의 아버지"로 바꾸심으로 그의 정체성과 사명을 밝히십니다.

데라는 갈대아 우르에서 아브람과 가족들과 함께 가나안을 향해 떠났지만 하란에 머물러 거기서 죽게 됩니다(11:31-32). 이는 인간의 계획과 하나님의 계획 사이의 긴장 관계를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하란에서 멈추지 않고 아브라함의 발걸음을 통해 계속됩니다. 창세기 12장에 등장할 아브라함의 부르심은 이 족보의 맥락 안에서 더욱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바벨 사건과 오순절 사건의 대조

구속사적 관점에서 바벨탑 사건은 신약의 오순절 사건과 대조를 이루며 하나님의 회복 계획을 보여주는 중요한 연결점입니다. 바벨에서 언어가 혼잡하게 되었지만,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에서는 각 나라의 언어로 복음이 선포됩니다(사도행전 2장). 이는 바벨에서의 심판이 복음 안에서 치유되고, 흩어진 민족이 다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연합되는 구속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바벨은 인간의 이름을 위한 시도였고, 오순절은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는 사건이었습니다. 바벨에서는 인간이 하늘로 올라가려 했지만, 오순절에서는 하늘에서 성령이 내려옵니다. 이 두 사건의 비교는 하나님의 구속사가 인간의 실패 속에서도 결코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욱 분명하게 완성되어 간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바벨탑 이후 흩어진 인류는 언어, 문화, 종족이 달라졌지만, 복음은 모든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성경 전체가 말하는 복음의 보편성과 구속의 포괄성을 뒷받침합니다. 창세기 11장은 이러한 구속사적 대전환을 위한 도입부로서 기능합니다.

마무리

창세기 11장은 인간의 교만이 하나님의 주권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며, 동시에 하나님의 구속 계획이 언어와 민족의 다양성을 넘어 확장되는 초석을 마련하는 장입니다. 바벨탑 사건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새로운 구속사의 장을 여시기 위한 섭리였으며, 셈의 족보를 통해 아브라함이라는 인물을 부르시고, 그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께 이르는 계보를 준비하십니다. 우리는 인간의 실패와 혼란 속에서도 하나님의 손이 역사를 이끌고 계심을 신뢰하며, 복음이 모든 민족과 언어 속으로 뻗어가게 하시는 하나님의 위대한 계획에 동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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