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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2장 강해설교

그일라 2025.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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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약의 부르심과 믿음의 여정

창세기 12장은 성경 전체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룹니다. 인류의 일반 계보에서 특정 인물, 아브람을 중심으로 한 하나님의 언약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람을 부르시고 복의 근원이 되게 하신 이 사건은 구속사의 본격적인 전개를 알리는 시점입니다. 본문은 아브람의 소명, 그에 대한 순종, 약속의 성취, 그리고 시험과 실수의 장면을 포함하고 있으며, 하나님의 언약과 인간의 연약함이 함께 어우러져 구속사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과 언약의 시작

창세기 12장 1절에서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명령하십니다.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여기서 강조되는 동사는 히브리어로 "레크 르카(לֶךְ־לְךָ)"입니다. 이는 단순한 이동 명령이 아니라, 자기를 떠나 하나님의 길을 따르라는 결단의 요청입니다. 이 표현은 창세기 22장에서 이삭을 바치러 가는 아브라함에게 다시 등장함으로써, 그의 믿음 여정의 시작과 완성을 연결하는 구조적 장치를 이룹니다.

이 부르심은 단지 장소의 이동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정체성과 안정된 삶의 기반을 떠나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당시 메소포타미아 문화에서 가족과 땅은 생존과 명예의 핵심이었기에, 이것을 내려놓는 것은 인간적으로 매우 어려운 결정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단순한 요구로 끝나지 않으시고, 이어서 놀라운 언약의 약속을 주십니다.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12:2). 여기서 "복"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바라크(בָּרַךְ)"이며, 하나님의 능동적 개입을 통해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을 통해 새로운 민족을 세우시며, 그를 복의 통로로 사용하시겠다고 하십니다. 이는 단지 한 사람의 성공이나 번영이 아니라, 구속사적 열매를 통해 열방을 회복시키시겠다는 하나님의 계획입니다.

특히 3절의 말씀,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는 구절은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보편성과 직접 연결됩니다. 이 약속은 갈라디아서 3:8에서 바울에 의해 명확하게 해석되며, 아브람의 언약은 곧 복음의 씨앗이 됨을 선포합니다.

믿음의 순종과 약속의 땅에 대한 첫 발걸음

아브람은 하나님의 명령에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이에 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갔고 롯도 그와 함께 갔으며"(12:4). 여기서 아브람의 나이는 75세였습니다. 이는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새로운 시작을 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일 수 있지만, 하나님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다릅니다. 아브람은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나,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전적으로 의지하며 나아갑니다.

아브람이 도착한 곳은 가나안 땅입니다. 이 땅은 창세기 9장에서 저주받은 가나안의 후손들이 차지한 곳으로, 하나님의 복과 심판이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하나님은 그 땅에 도착한 아브람에게 다시 나타나 말씀하십니다.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12:7).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단지 지리적 영토를 주시겠다는 의미를 넘어서, 후손과 언약, 그리고 장차 올 구속자의 땅을 예비하신다는 신적 약속입니다.

아브람은 이에 대한 응답으로 제단을 쌓고 여호와께 경배를 드립니다. 제단은 히브리어로 "미즈베아흐(מִזְבֵּחַ)"라 하며, 제사를 드리는 장소일 뿐 아니라, 하나님과의 만남과 신앙 고백의 현장입니다. 아브람은 이동할 때마다 제단을 쌓음으로써, 자신의 여정이 단순한 여행이 아닌 신앙의 행보임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시험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연약함

하지만 아브람의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10절 이하에는 가나안 땅에 기근이 들어 아브람이 애굽으로 내려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직후에 현실적인 시련이 닥친 것입니다. 이때 아브람은 하나님의 인도보다는 자신의 지혜를 따라 애굽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아내 사래를 누이라 속이는 실수를 범합니다.

그의 행동은 당시 문화권에서 이해될 수도 있으나, 믿음의 사람으로서의 일관성을 잃은 선택이었습니다. 사래를 누이라고 한 것은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 두려움은 히브리어 "야레(יָרֵא)"로 표현되며, 하나님에 대한 경외가 아니라 인간 상황에 대한 염려를 뜻합니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아브람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사래를 보호하시고 아브람을 다시 가나안 땅으로 이끄십니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의 아내 사래의 일로 바로와 그 집에 큰 재앙을 내리신지라"(12:17). 하나님은 언약의 백성을 끝까지 책임지시며, 인간의 실패 속에서도 구속의 계획을 멈추지 않으십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교훈적 사건이 아니라, 구속사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부르심 → 인간의 순종 → 현실의 시련 → 인간의 실패 → 하나님의 개입과 회복이라는 순환 구조는 성경 전체에서 반복되며, 결국 완전한 순종과 회복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됩니다.

마무리

창세기 12장은 하나님의 언약 백성을 향한 본격적인 부르심의 시작이며, 믿음의 조상 아브람을 통해 구속사가 실질적으로 전개되는 출발점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을 부르시고 복의 통로로 삼으시며, 그의 순종과 연약함 속에서도 신실하게 역사하십니다. 아브람은 단지 한 인물이 아니라, 장차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길을 여는 언약의 대표로서 우리 신앙의 모형이 됩니다. 우리는 그와 같이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순종하며, 연약함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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