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6장 강해설교
인간의 계획 속에서도 일하시는 하나님
창세기 16장은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지 못한 아브람과 사래가 인간적인 방법으로 후손을 얻으려 하면서 벌어진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하갈의 임신과 가출, 그리고 여호와의 사자와의 만남은 하나님의 구속사 속에서 인간의 불순종과 실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어떻게 은혜로 개입하시고 구속의 흐름을 이어가시는지를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특별히 하갈을 만나신 하나님은 '감찰하시는 하나님'으로 계시되며, 상처받은 이방 여인을 향한 하나님의 자비가 강조됩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지 못한 인간의 조급함
16장은 "아브람의 아내 사래는 출산하지 못하였고 그에게 한 여종이 있으니 애굽 사람이요 이름은 하갈이라"(16:1)로 시작됩니다. 사래는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했지만, 현실 앞에서 점점 믿음을 잃어갑니다. 출산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약속의 성취가 지체되는 가운데 인간적인 불안이 점점 커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래는 아브람에게 "여호와께서 내 출산을 허락하지 아니하셨으니 원하건대 내 여종에게 들어가라"(16:2)고 제안합니다. 이 말 속에는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신뢰의 흔들림과 인간적인 계산이 담겨 있습니다. 당시 고대 근동에서는 후손을 얻기 위해 여종을 통해 자식을 낳는 것이 문화적으로 용인되었지만, 하나님의 언약은 그러한 인간의 문화나 방식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사래가 말한 "내 여종에게 들어가라"는 말은 히브리어 "보 나(בּוֹא נָא)"로, 급하고 간절한 요구를 표현하는 명령형입니다. 이는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조급함에서 비롯된 결정적인 요청이었음을 드러냅니다. 아브람은 이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사래의 믿음 없음에 동참하게 됩니다. "아브람이 사래의 말을 들으니라"(16:2)는 표현은 아담이 하와의 말을 들었던 창세기 3장의 구조와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어, 불순종의 반복을 상기시킵니다.
이 사건은 인간이 하나님의 때와 방법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나님의 일을 이루려 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반드시 하나님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믿음은 기다림 속에서 검증됩니다.
하갈의 도망과 하나님의 개입
하갈이 임신하자 사래를 멸시하게 되고(16:4), 사래는 이를 감당하지 못해 아브람에게 책임을 전가합니다. "내가 받는 모욕은 당신이 받아야 옳도다"(16:5). 이 구절에서 '모욕'으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하마스(חָמָס)"로, 억울함, 부당함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이는 사래의 마음 깊은 상처와 혼란을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아브람은 책임을 회피하고, 하갈을 사래에게 맡겨버립니다. 이에 사래는 하갈을 학대하고, 하갈은 결국 광야로 도망합니다(16:6). 여기서 "학대하다"는 단어는 히브리어 "아나(עָנָה)"로, 고통을 주다, 굴복시키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학대를 받던 상황과 동일한 단어로, 하갈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바로 이 광야, 절망의 장소에서 하나님의 사자가 하갈을 찾아옵니다. "여호와의 사자가 광야 샘 곁 곧 술 길 샘 곁에서 그를 만나"(16:7). 하나님은 하갈을 찾아가셨습니다. 여기서 "만나다"는 단어는 히브리어 "마차(מָצָא)"이며, 우연한 마주침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의도적인 만남을 뜻합니다. 하나님은 이방 여종에게도 관심을 가지시고, 그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하갈에게 임한 여호와의 사자는 그녀에게 돌아가라고 하시며, 그녀의 후손이 번성할 것이라는 약속을 주십니다. "내가 네 씨를 크게 번성하여 그 수가 많아 셀 수 없게 하리라"(16:10). 이는 하나님께서 이스마엘에게도 은혜를 베푸시겠다는 약속이며, 구속사 안에서 하나님의 자비가 이방인에게도 미치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때 하나님은 하갈에게 아들의 이름을 미리 지어주십니다.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하라"(16:11). 이스마엘(יִשְׁמָעֵאל)은 '하나님이 들으셨다'는 뜻으로, 하갈의 고통과 울부짖음을 하나님께서 들으셨음을 나타냅니다. 하나님의 들으심은 단지 동정이 아니라, 적극적인 개입과 회복의 시작입니다.
하갈은 이 하나님을 "엘 례이(אֵל רֳאִי)"라 부릅니다. 이는 "나를 감찰하시는 하나님"이라는 뜻으로, 성경에서 여성이 처음으로 하나님을 지칭한 유일한 이름입니다. 이 표현은 하갈의 영적 깨달음을 보여주는 고백이며, 하나님의 보살핌이 누구에게나 임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하나님의 구속사는 실패를 넘어 이어진다
하갈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다시 사래의 집으로 돌아가고, 이스마엘을 낳습니다. 아브람은 아들의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부르고, 그 때 그의 나이는 86세였습니다(16:16). 이 장면은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는 시점이 아님에도, 인간의 실패와 계획 속에서도 하나님의 섭리가 계속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스마엘은 언약의 계보를 잇는 자는 아니지만, 하나님은 그를 축복하시고 후손이 되게 하십니다. 이는 하나님의 구속사가 은혜의 범위 안에서 작용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언약이 혈통이나 인간의 노력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하나님의 주권에 달려 있음을 증언하는 구절입니다.
하나님은 하갈과 이스마엘을 통해 이방과 고통받는 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시선을 드러내십니다.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모든 열방과 민족 가운데 하나님의 긍휼은 미치고 있으며, 이는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전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마무리
창세기 16장은 인간의 조급함과 불순종,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과 상처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하나님의 신실하신 인도와 자비가 흐르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실패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일하시며, 상처받은 자를 찾아가시고, 외면당한 이에게 약속을 주십니다. 구속사는 인간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중단되지 않으며, 하나님은 친히 그 계획을 이루어 가십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믿음의 중요성과, 모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위로와 회복이 함께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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