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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23장 강해설교

그일라 202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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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사람의 마지막과 미래를 준비하는 소유

창세기 23장은 사라의 죽음과 아브라함이 막벨라 굴을 구입하여 그녀를 장사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장은 표면적으로는 장례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구속사적으로는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 땅의 실제 소유가 처음으로 실현되는 순간이며, 믿음의 조상이 죽음을 어떻게 대하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믿음의 사람은 죽음 앞에서도 언약을 바라보며, 다음 세대를 위한 믿음의 토대를 남기는 자입니다.

사라의 죽음과 아브라함의 애통

"사라가 가나안 땅 헤브론 곧 기럇 아르바에서 죽으매 아브라함이 들어가서 사라를 위하여 슬퍼하며 애통하다가"(23:2). 이 구절은 성경에서 유일하게 한 여인의 죽음을 전체 장으로 기록한 본문으로, 사라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약속의 자녀 이삭을 낳은 여인으로, 믿음의 계보에 있어 핵심적 인물입니다.

히브리어로 '애통하다'는 "사팍(סָפַד)"이며, 단순한 감정적 슬픔을 넘어서 공식적인 애도 행위를 의미합니다. 아브라함은 믿음의 사람이었지만, 아내의 죽음 앞에서 슬픔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는 신자도 슬픔을 느낄 수 있고, 애도는 결코 믿음 없음의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그는 애통 이후, 믿음 안에서 다음을 준비하는 자로서의 삶을 이어갑니다.

막벨라 굴의 구입과 믿음의 증거

사라를 장사할 무덤을 구하는 과정에서 아브라함은 헷 사람에게 가서 말합니다. "나는 당신들 중에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니 내게 매장할 소유지를 주어 내가 나의 죽은 자를 내 앞에서 장사하게 하시오"(23:4). 아브라함은 자신을 '나그네'라 표현합니다. 히브리어 '게르(גֵּר)'는 외국인, 임시 거주자를 뜻하며, 이는 히브리서 11장에서 믿음의 조상들이 이 땅에서 외국인처럼 살았다고 말하는 내용과 연결됩니다.

그는 약속의 땅에 있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무 토지도 갖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사라의 죽음을 계기로 처음으로 가나안 땅의 일부를 실제로 구입하여 소유하게 됩니다. 이는 하나님이 주신 언약의 땅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행위이며, 후손에게 믿음의 유산을 남기기 위한 시작이었습니다.

헷 사람들은 아브라함에게 그를 "하나님의 방백"(23:6)이라 칭하며, 어느 곳이든 장사하게 해 주겠다고 말합니다. '방백'은 히브리어로 "나시(נָשִׂיא)"로, 왕족이나 고위 지도자를 의미합니다. 이는 이방인도 아브라함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보았다는 간접적인 증언이기도 합니다.

아브라함은 굴을 공짜로 받지 않고 정당한 값을 주고 삽니다. 에브론이 제안한 대로, 은 사백 세겔을 지불하고 막벨라 굴과 그 주변 밭을 삽니다(23:16-18). 이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아브라함이 이 땅을 정식으로 소유했다는 법적 근거를 확보한 장면이며, 훗날 야곱과 요셉을 포함한 족장들이 이곳에 장사됨으로써 신앙의 중심지가 되는 시초가 됩니다.

이 은 사백 세겔은 상당한 금액으로 평가되며, 당시로서는 무리한 가격일 수 있지만,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이 그만한 가치를 가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흔쾌히 지불합니다. 이 믿음은 후대에게 유산이 되며, 막벨라 굴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믿음의 소유지로 세워집니다.

땅을 산 믿음, 장래를 준비하는 시선

본문의 마지막 절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됩니다. "그 후에 아브라함이 그의 아내 사라를 가나안 땅 마므레 곧 헤브론 앞 막벨라 밭 굴에 장사하였더라"(23:19). 그는 아내를 약속의 땅, 곧 언약의 중심에 장사합니다. 그리고 이는 후대에 아브라함 자신, 이삭, 야곱, 리브가, 레아까지 모두 그곳에 장사됨으로써 하나의 신앙 공동체로 완성됩니다.

히브리서 11장 13절은 이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아브라함은 비록 전체 땅을 소유하지 못했지만, 작은 땅 한 구석을 통해 하나님이 약속하신 기업의 현실성을 바라보았고, 그 약속의 하나님께 대한 신뢰를 자손에게 물려주었습니다.

구속사적으로, 이 막벨라 굴은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과 연결되는 무덤 신학의 시초로 볼 수 있습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언약의 성취를 향한 준비임을 상징하며, 성도의 죽음은 땅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 속에 안식하는 순간임을 알려줍니다. 아브라함은 이 땅에서의 삶이 끝날 때에도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는 시선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마무리

창세기 23장은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그 속에서 여전히 언약을 붙잡는 믿음을 보여줍니다. 사라의 죽음은 인생의 끝처럼 보이지만, 아브라함은 이를 통해 하나님의 약속을 확인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영적 기반을 세웁니다. 막벨라 굴의 구입은 단순한 장례 절차가 아니라, 약속의 땅을 향한 신앙 고백이며, 구속사의 토대를 세우는 행위입니다. 우리 역시 이 땅을 살아가는 나그네로서, 죽음조차도 믿음으로 해석하고 준비하는 성도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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