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장 강해
창세기 3장 강해
창세기 3장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전환점입니다. 에덴의 순결과 평화는 한순간에 깨어지고, 죄가 세상에 들어오며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가 단절됩니다. 이 장은 단지 아담과 하와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건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실존적 현실을 밝히며, 동시에 하나님의 구속 계획이 어떻게 그 절망 속에서도 시작되는지를 보여주는 복음의 서문입니다. 범죄, 심판, 그리고 은혜가 얽혀 있는 이 장을 통해 우리는 타락한 인간의 모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보게 됩니다.
1. 유혹의 전략과 죄의 본질 (3:1-6)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3:1)로 시작되는 장면은 매우 의도적입니다. 히브리어 '나하쉬'(נָחָשׁ)로 표현된 이 뱀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사탄의 도구로 사용되는 존재입니다. '간교하다'(아룸, עָרוּם)는 단어는 지혜로운 쪽으로도 번역 가능하지만, 여기서는 교활하고 속이는 성격을 강조합니다.
뱀은 하와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3:1) 이 질문은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고,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한 의심을 심는 전략입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반복되는 유혹의 방식입니다. 사탄은 말씀을 직접 부정하지 않지만, 그 의미를 뒤틀어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하와는 “죽을까 하노라”라고 말함으로써 하나님이 주신 분명한 명령(“정녕 죽으리라”)을 희석시킵니다.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불확실성과 하나님 말씀에 대한 자기 해석이 죄의 문을 엽니다. 뱀은 이 틈을 파고들며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3:4)고 단언하며, 마치 하나님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듯한 왜곡된 메시지를 전합니다.
하와는 그 나무를 보며 세 가지를 느낍니다. 먹음직하고(육체적 욕망), 보암직하고(감각적 매력),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게 보였더라(지적 욕망). 이는 요한일서 2장 16절에 나오는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과도 연결됩니다. 죄는 언제나 인간의 모든 영역을 자극합니다. 결국 하와는 선악과를 먹고, 아담도 함께 먹습니다. 이 행위는 단순한 규칙 위반이 아니라, 하나님과 같이 되려는 자기 중심적 반역입니다.
2. 죄의 결과와 하나님의 질문 (3:7-13)
죄를 지은 직후, 그들의 눈이 밝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의 벗었음을 깨닫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가리려 합니다(3:7). 이는 수치심과 두려움의 시작이며, 인간이 죄를 은폐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본능적 반응을 보여줍니다. 이전까지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상태에서, 죄는 자아 인식의 왜곡과 관계의 단절을 일으킵니다.
하나님은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3:9)고 물으십니다. 이는 위치를 찾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관계를 깨뜨린 인간에게 정체성을 묻는 질문입니다. '어디 있느냐'(에예카, אַיֶּכָּה)는 단어는 하나님의 깊은 탄식과 동시에 회복을 향한 부르심이 담겨 있습니다.
아담은 자신의 두려움을 고백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합니다. “당신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3:12) 하와 역시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3:13)라고 말합니다. 죄의 또 다른 속성은 바로 책임 전가입니다. 누구도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으며, 타인의 탓, 심지어 하나님 탓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3. 심판 속에 숨겨진 은혜 (3:14-24)
하나님은 뱀, 여자, 남자에게 차례로 심판을 선언하십니다. 뱀에게는 저주가 선포되며, “네 후손과 여자의 후손 사이에 내가 원수를 두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3:15)는 이른바 원복음(Protoevangelium)이라 불리는 구속사의 첫 약속이 주어집니다. '여자의 후손'(제라, זֶרַע)은 단수형으로, 장차 오실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합니다.
하와에게는 출산의 고통과 남편에 대한 욕구, 그리고 그에 따른 지배의 구조가 주어집니다(3:16). 이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관계의 조화가 죄로 인해 왜곡되고 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아담에게는 “땅은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고…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3:17-19)라는 말씀과 함께, 노동의 고통과 죽음이라는 결과가 따릅니다. 이는 인간 존재 전반에 드리워진 죄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선언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히십니다(3:21). 이는 무화과나무 잎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죄와 수치를 하나님께서 덮어주셨음을 보여주는 은혜의 상징입니다. ‘가죽옷’은 최초의 희생, 피흘림 없이는 죄 사함이 없다는 구속사의 원리를 미리 보여주는 복음적 행위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은 그들을 에덴에서 내보내시고 생명나무 길을 지키기 위해 그룹들과 두루 도는 불칼을 두십니다(3:24). 이는 타락한 인간이 더 이상 스스로 생명에 이를 수 없음을 뜻하며,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결론
창세기 3장은 인간의 죄로 인한 비극적 단절과 하나님의 심판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구속의 시작이 선언된 장이기도 합니다. 죄의 유혹은 늘 왜곡된 진리로 다가오며, 인간은 여전히 하나님처럼 되고자 하는 욕망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죄의 자리에서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를 위해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는 분이십니다. 죄로부터 생명으로 향하는 길은 오직 그분의 은혜와 구속 안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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