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4장 강해
창세기 4장 강해
들어가는 글
창세기 4장은 인간의 타락 이후 그 죄가 어떻게 인간 사회와 관계 속에서 확대되고 심화되는지를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은 이제 하나님과 단절된 현실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 장은 단지 죄의 확산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님께서 여전히 인간의 삶에 개입하시며 은혜의 기회를 주시고, 새로운 시작을 열어 가시는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보여줍니다. 가인과 아벨의 제사, 살인, 그리고 셋의 출생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죄성과 하나님의 자비가 동시에 드러나는 본문입니다.
1. 제사와 마음: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예배 (4:1-7)
아담과 하와 사이에서 첫 아이가 태어납니다. 하와는 가인을 낳고 "내가 여호와로 말미암아 득남하였다"(4:1)고 고백합니다. 여기서 "얻다"는 히브리어 '카나'(קָנָה)로, 창조와 생명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다는 고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와는 여자의 후손을 통해 구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3:15)을 붙잡고 있는 듯 보입니다.
가인과 아벨은 각각 농사와 목축을 생업으로 삼았고, 각기 소산과 첫 새끼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벨과 그의 제물은 받으시고, 가인과 그의 제물은 받지 않으셨습니다(4:4-5). 여기서 핵심은 제물의 종류가 아니라, 그 제물에 담긴 마음입니다. 히브리서 11장 4절은 아벨이 믿음으로 제사를 드렸다고 설명합니다. 즉,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제사는 외적인 행위보다 내적인 중심, 곧 경외와 믿음이 담긴 제사입니다.
하나님께서 가인의 제사를 받지 않으시자 가인은 분노로 가득 찹니다. 하나님은 그에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4:7). 이 구절은 죄가 인격적인 존재처럼 우리 삶의 문 앞에서 기다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다스리다'(마샬, מָשַׁל)는 통치적 표현으로, 인간에게 주어진 책임과 가능성을 나타냅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가인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십니다.
2. 살인과 하나님의 보호 (4:8-16)
그러나 가인은 아벨을 들로 데려가 그를 죽입니다. 인류 최초의 살인 사건이자, 형제가 형제를 죽이는 비극입니다. 단지 제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와 형제의 경건에 대한 시기와 저항의 결과입니다. 인간의 죄는 단지 하나님과의 관계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도 무너뜨립니다.
하나님은 다시 가인에게 질문하십니다.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4:9) 이는 단순한 위치 파악이 아니라, 책임을 묻는 질문입니다. 가인은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이니까?”라며 무책임하게 대답합니다. 여기서 ‘지키다’는 ‘샤마르’(שָׁמַר)로, 보호하고 돌본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입니다. 인간은 타인을 돌볼 책임을 부여받은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가인의 죄를 선언하십니다. “네 아우의 피 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4:10). 히브리어 ‘담’(דָּם, 피)은 생명의 상징이며, 그 피가 땅에서 외친다는 표현은 하나님의 정의가 결코 외면되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하나님은 가인에게 땅이 저주받을 것이며, 그는 유리하는 자가 될 것이라 선포하십니다.
그럼에도 가인은 하나님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벌이라며 호소합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그를 죽이지 못하도록 ‘표’를 주십니다(4:15). 이 ‘표’(오트, אוֹת)는 보호의 표시이며, 심판 가운데도 자비를 베푸시는 하나님의 극률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하나님은 심판을 통해 질서를 세우시되, 동시에 죄인에게까지 은혜를 잊지 않으십니다.
3. 셋의 계보와 소망의 회복 (4:17-26)
가인은 하나님의 임재에서 떠나 에덴 동쪽 놋 땅에 거하며, 성을 쌓고 아들을 낳아 그 이름을 ‘에녹’이라 짓습니다. 그는 문명을 이루고 자손을 번성시킵니다. 이는 인간의 문화적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하나님의 뜻과는 무관한 자율적 삶의 확장을 뜻합니다. 특히 가인의 후손인 라멕은 두 아내를 두고, 폭력과 복수의 노래를 부릅니다(4:23-24). 이는 죄가 한 세대를 넘어서며 더욱 확대되고,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본장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또 다른 아들 셋을 낳고, 하와는 “하나님이 가인의 죽인 아벨 대신에 다른 씨를 주셨다”(4:25)고 고백합니다. 여기서 ‘씨’(제라, זֶרַע)는 단지 생물학적 후손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적 약속이 이어지는 계보를 의미합니다. 셋은 단지 또 다른 아들이 아니라, 여자의 후손으로 이어지는 약속의 혈통입니다.
셋의 아들 에노스가 태어난 후, “그 때에 사람들이 비로소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4:26)는 말씀이 이어집니다. 이는 공적 예배와 신앙 공동체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죄로 인해 무너진 인간 사회 속에서도, 하나님을 찾는 자들이 남아 있으며, 하나님께서 그들을 통해 다시 회복의 역사를 시작하신다는 위대한 선언입니다.
결론
창세기 4장은 타락 이후의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동시에, 하나님의 은혜가 여전히 흐르고 있음을 증거합니다. 제사, 살인, 심판, 그리고 새로운 씨의 탄생까지, 인간의 죄성과 하나님의 구속 의지는 계속 맞물려 작동합니다. 이 장은 오늘 우리에게도 하나님 앞에서의 예배의 본질, 죄와 책임의 문제, 그리고 여전히 하나님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은혜의 길이 있음을 가르쳐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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